kooboy blog

공부는 가능하면 재밌게

September 19, 2020

STUDYFUNENJOY

Intro

제목부터 꼰대의 냄새가 풀풀 난다. 분명 공부를 힘들어 하거나 공부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을 향한 꼰대의 라떼 이야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부정하지 않겠다. 이 글은 공부하는 모든 분에게 솔직하게 쓰는 아이스 라떼 글이다. 여기서 공부하는 분들에 필자도 당연히 속한다.

필자는 여기서 공부를 잘 하는 방법, 1등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쉽지만 필자는 단 한번도 공부로 순위권에 들어본 적이 없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는가 이다.

Body

사람들은 여러 시기에 여러가지 공부를 하게 된다. 대부분 초중고 때 반강제로 여러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게 된다. 대학교는 자신의 선택이지만, 선택이 아닌 것처럼 진학을 하고, 전공을 정하고 공부를 하게 된다. 그 뒤 대학원을 갈 수도 있고 직장을 선택해서 일을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

직장에서의 공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정해져 있는 커리큘럼이라서 하기보단, 현재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practical 한 내용을 깊지 않게 공부할 확률이 높다. 당장 필요한 부분만, 필요한 깊이까지만 공부하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택한 배경은, 필자가 교육업에 있고, 수 많은 학생분들이 공부를 재미없게 하는 것을 거의 매일 관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미래의 커리어 전환이라는 목표를 두고 밤과 낮을 구분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필자는 이 분들을 돕고 있다. 부트캠프에선 커리어 전환을 위해 이론보다는 직접 손을 사용하여 실무에 근접한 과제 및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공부는 일전에 언급했던 초,중,고, 대학교에서 했던 반강제적 학습인가? 아니면 회사에서 내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해서 배우는 공부인가? 정확히 모 아니면 도라고 말히가 어려운 애매한 지점에 있다. 교육자 입장에선 최대한 실무 쪽 공부인 후자를 목표로 교육하고 과제를 설계하고 기대할 것이다. 반대로 학습자 입장에선 실무가 보이지 않는 맥락에선 여전히 반강제적 교육 커리큘럼의 연속일 수 있다.

그래서 학습자는 최대한 자주, 그리고 빨리, 학습의 주도권, 제어권을 강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본인에게로 가져와야 한다. 애초에 커리큘럼, 강의, 과제, 평가 등이 교육 기관에 의해 주어졌을 것이지만, 이는 나의 주도적인 공부를 위해 도움을 주는 부가적인 장치와 시스템일 뿐이지, 학 (배울) + 습 (적용) 의 주체는 여전히 본인임을 매일 리마인드 해야 한다.

인간은 게을르고 같은 망각을 수도 없이 한다. 조금만 힘들고 어렵거나 나의 목표를 잃어버리게 되면, 나의 오늘 하루를 온전히 교육기관 혹은 강사에게 넘겨버리게 된다. 말해봐라 들어보겠다. 이런 식이다. 이 것은 인강을 들어도 마찬가지 이다.

유투브와 TV,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를 시작하고, 중단하지 않고 계속 주구장창 시청할 수 있는 배경이 무엇인줄 아는가? 바로 제어와 주도권, 책임, 방향 설정등이 나에게 있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편하게 즐기게 되는 것이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를 들어 영상을 시청하더라도, 나에게 흥미를 주고, 더 궁금하게 하며, 영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이야기까지 알고 싶게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찾아보고 반복하고 다시 스스로 되새기게 한다. 더 나아가서 시청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더 재밌게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기도 한다. 이것은 영상을 시청한 것이 아니라, 정보와 스토리를 받아 고민하고 다시 조립하여 재생산해 낸 것이다.

공부는 나의 뇌가 충분히 게으르고 누워있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내 방을 정리하고, 옷매무새가 바로 잡혀 있어야 하며, 나의 뇌는 100미터 달리기 출발 직전의 그 긴장감을 상시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 너무 꼰대같은 발언이다. 하지만 그게 맞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WHAT 혹은 HOW 의 문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WHY 다.

도대체 왜 이렇게 기민한 상태로 공부를 시작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밑도 끝도 없이, 예전 꼰대 분들이 말했던 것처럼 엉덩이 무겁게, 바늘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아아, 나는 성격이 유해서 도저히 바늘로 허벅지는 못 찔르겠더라. 피나고 아프고 무섭다. 그러나 내가 아는 방법들이 있다.

방법 1: 나만의 목표 재설정

우리가 공부를 할 때, 재미없는 가장 큰 이유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평가 기준에 맞춰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 동안 배워왔던 수학, 문학, 음악, 미술, 체육, 역사, 과학 등등등등 모두 재밌게 배우면 어느 하나 재미없는 내용들이 없다. 그러나 특정 기준과 목표를 내가 아닌 남이 정하고 나에게 강제로 공부해서 그 기준을 맞추라 하니 재밌으면 조금 이상한 거다. (가금 그래도 그걸 재밌게 하는 특정 사람들이 있다. 나는 아니다). 그럼 이걸 재밌게 공부하려면, 아니 ‘공부’라는 말도 여기서 제거해야 한다. 공부가 목표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주어진 목표가 있더라도, 내가 다시 목표를 잘게 쪼개보고, 궁극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만의 중간 목표들을 세워본다. 그리고 게임 퀘스트처럼 하나 씩 정복해 나가며 작은 성공의 기쁨을 누린다.

방법 2: 흥미를 연결시켜 본다.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주어진 자료를 최대한 재밌게 설명하는 사람 혹은 자료를 찾는다. 인터넷도 되겠다 분명 어딘가엔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역사를 배운다 하면, 재미없는 교과서 보다 먼나라 이웃나라 만화 혹은 역사에 근거한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한 후 공부해도 괜찮다. (앗차.. 넷플릭스는 돌아오기 좀 어려울 수도 있어 위험하다).

문제는 지금 내가 정복해야 하는 이 내용 자체가 흥미가 없을 때인데, 이 땐 이걸 왜 배우는지, 왜 알아야 하는지 설명하는 자료를 찾아본다. 이게 현재 목적없어 보이는 내용을 공부하는데 도움을 준다. 끈기있게 질문을 수도 없이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존재한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으로 살아오며 여기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 왜 라고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그 동안 한국 교육은 좋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지 못했다. (요즈음은 모르겠다) 내가 만났던 한국인이 아닌 많은 다른 친구들은 왜 그런지에 대해 물어보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방법 3: 직접 설명해 본다

내가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다소 소극적으로 사안을 생각하고 접근하게 된다. 이해가 다 되지 않아도 충분히 관대하게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내가 어떤 내용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좋지 않은 상황 (내 자신이 초라해지는, 무능력해지는)을 만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많이 엄격해 지고, 하나 하나의 내용 및 연관성에 대해 촉각이 곤두서게 된다. rubber duck 코딩, 페어 프로그래밍, 스터디, 세미나 등 모두 이 직접 설명해 내는 학습 노하우가 사용되는 부분이다. 실제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이유는, 사람들이 질문을 하고 발표자는 또 답변의 기회를 통해 정말 스스로가 그 내용을 알고 있는지 더블체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방법 4: 그림을 그려본다

그림을 그리면 재밌다. 그림은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준다. 그림을 그려가며 각 개념의 관계들이 눈으로 보이게 된다. 해당 개념을 설명하는 그림도 좋지만, 왜? 라는 질문을 그림으로 표현해 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 ‘왜(why)‘를 연속해서 연결해 봐도 좋다. (chaining) 그러면 결국 작은 나무와 큰 숲의 관계를 알게 되고, 시야가 넓어진다.

지금, 당장, 재밌어야 한다.

위 언급된 몇가지 방법들은 공부를 재밌게 하기 위해 스스로 사용하는 몇 가지 기술들일 뿐이다. 궁극적으론 그냥 지금 내가 읽고 있고, 보고 있고, 생각하는 내용이 재밌으면 된다. 그러러면 너무 포장되어진,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내용이 정말 내가 흥미로워하는 것이라 미리 확신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데이터 관련 공부를 한다면, 기본적인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을 아무리 배워도 분명 재미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는 데이터를 통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보겠어! 라는 나의 목표로 덤비면, 해당 데이터를 가지고 정말 오만가지 시도를 해 봐도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시간 가는줄 모르고 하던 게임의 어려운 스테이지들을 그렇게 클리어 해오지 않았는가.

분명, 재밌게 공부하지 않아도 열심히 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속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재밌게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스로에게도 항상 리마인드하는 내용이다.

오늘 내가 영단어 하나를 공부하더라도, 반드시 재밌게 해 보겠다.

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세상 모든 공부를 어떻게 다 재미로 하는가? 라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그렇게 속아왔다. 나는 평생 모든 공부 내용이 절대로 재밌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다 회유를 위한 미끼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아니었다. 정말 똑같은 내용을 공부해도 충분히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고, 우리는 그 혜택을 못 누려왔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 문학을 가르치시는데, 분명 굉장히 재밌는 내용을 열정을 가르쳐 강의하시다가, 내신과 수능을 위해 중단하고 재미없는 교육으로 돌오갔던 바로 그 순간들. 그 국어 선생님의 눈빛은 굉장히 서글퍼 보였다. 충분히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데… 국어 선생님만의 잘못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께서 침을 토해내며 근현대사를 재밌게 설명해 주시던 기억이 난다. 그 학기는 진도를 제대로 나가기 어려웠지만 난 사회 시간이 항상 기다려졌었다. 재미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성함이 기억난다. 이용길 선생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신가요.)

국어와 문학들을 지독히도 싫어했던 내가 대학교 졸업 후, 소설, 수필등에 심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재밌는 내용들을 공부하려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똑같이 재밌는 내용들을 다시 공부로 접근하려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해외에서 토론과 질문을 강의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Outro

기술과 정보를 의미있게 스스로의 무기로 만들어내는 분들의 대다수는, 이 재밌게 공부하는 법을 알고 계신 듯 하다. 우리 모두가 그런 무기들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게 특정 내용을 공부해 내서 이익으 얻기 위함이라기 보단, 그 재밌게 공부하는 순간 순간들이 더욱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지금 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1시간이 되었든 10시간이 되었든, 오늘 공부한다면 재밌어야 한다.


Johnny Ilmo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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