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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이 존재하는 이유

September 18, 2020

HR

스토리

한 IT 회사에서 3년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당시 퇴사 직전 나의 근로 형태 변경이 있었는데, 회사가 고맙게도 당시 필자의 파트타임 근무를 받아들여 주었다. 그래서 주 40시간이 아닌 주 20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시간엔, 창업을 준비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당시 근로 형태 변경을 위해 사장님과 HR 에서 안내를 해 주었다.

  1. 전체 근로를 종료하고 (퇴사하고) 다시 파트타입으로 재계약을 할 것인지
  2. 퇴사 처리하지 않고 근로 시간 만 변경할 것인지

별 다른 배경과 설명 없이 선택권을 주었기에, 필자는 퇴사 처리하는게 귀찮기도 하고, 회사도 행정적으로 귀찮을 것 같아 그냥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근로시간만 변경하는게 수월해 보였기 때문이다.

문제 발생

문제는 실제 파트타임까지 모두 종료 후 최종 퇴사준비를 하며 발견되었다. 근로자에겐 퇴사 시 기업은 법적으로 퇴직금을 근로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퇴직 연금은 또 다른 개념이니 여기서 다루진 않겠다). 그런데 참고로 이 퇴직금이라는 녀석의 산정 방식은 다음과 같다.

고용주는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 (규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제1항, 제2조제4호 및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6호·제2항).
  •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해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해당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합니다.

당시 필자는 중간에 근로 시간을 바꾼채로 4개월 이상 일을 했었다. 따라서 퇴사 전 3개월 임금 총액을 기간 총일수로 나눈 평균임금은 거의 3년동안 풀타임 근무했던 기간의 50% 밖에 되지 않았다. 즉, 퇴사 전 최근 임금을 퇴직금 기준으로 산정하려던 기존 법령의 목적과 달리 예외 케이스가 생겨버린 것이었다. 회사는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나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었고, 순진했던 나는 아무런 근거 없이 바보같은 선택을 했던 것이다.

다시 설명

다시 이야기해 보면, 당시 근로 형태 변경이 있던 시점에, 무조건 퇴사처리를 하고 다시 재계약을 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유리했던 것이었다. 필자는 충격과 배신에 빠졌다. 돌이켜보면, 회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이해가 가지 않아 HR 에 문의했지만, HR에선 필자 스스로가 선택을 했기 때문에 달리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3년간, 회사의 성장을 위해 over performance 및 overtime work를 감수하고 최선을 다 해온, 또한 회사를 자랑스러워하고 충성해왔던 필자의 시간들이 배신당한 느낌이었다.

물론 이를 계기로 필자는 서면으로 계약하는 건에 대해선 두세번 검토하기 시작했고,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 서명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회사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세상을 나이브하게 살면 안 되겠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 동안 존경했고 좋아했던 사장님과 HR 이 야속했다. (HR 은 아마도 사장님의 지시에 따랐을 것이다)

자, 회사는 법적으로 할 일을 다 했다. 그럼 괜찮은 것 아닌가? 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도 당시 더 반박하지 못했다. 그러나 회사는 뭐시 더 중한지를 몰랐다.

HR이 존재하는 이유

여기서 HR은 HR+대표를 포함한 C레벨을 뜻한다

자 이 사례를 보면, HR 팀이 존재하는 최소한의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회사가 존속하는데 있어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 것이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회사의 목적을 다시 돌이켜보자. 회사의 목적은 존속인가 아니면 성장인가. 단순 존속의 목적이라면, 이런 passive 한 HR 의 방향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애매한 부분에서 법적 근거를 모두 따져, 근로자 이슈에 대해 항상 회사가 유리한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그렇게 따지면, 근로자가 업무 환경 및 근로시간에 대해 모든 법적 근거를 따져 공격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 동안 서로 그러지 않은 이유는 회사와 근로자 모두 한 배에 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배에 탄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순간 회사든, 근로자든 모두가 상대의 허점을 찾아 공격하려 할 것이다. 그게 회사 및 근로자가 바라는 것일까? 누구에게 이득일까? 생각해 봐야 한다.

적극적 HR 의 필요성

법적 baseline을 떠나 감성의 공감이 중요하다. 필자가 이해하는 HR은 다음과 같다.

프론트 라인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우리 동료들이 서로의 시체를 넘어 고지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여기에 최전방을 지원하는 보급 부대가 있다. 총알이 빗발치는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전방 군대는 보급부대에 잘못된 수량의 보급을 요청하게 된다. 소극적인 보급부대는 요청한 대로 물자를 공급할 것이다. 이후 물자를 전달받은 최전방은 당황하게 된다. 보급 부대는 “요청한 대로 제공했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전쟁에 이기지 못한채료 유지되거나 질 수 있다. 전쟁에서 진다는 것은 최전방만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보급 물자 요청 시, 보급 부대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명한다. “당신 부대원이 ㅇㅇ 명인데, 지금 그 숫자로는 부족해요.” 혹은 “너무 많은 요청이에요.” 라고. 미리 더 큰 리스크 방지를 위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이는 최전방이 걱정되서라든지, 보급부대가 도덕적 칭찬을 받기 위함이 아니다. 전쟁에 이기기 위함이다.

적극적 HR 은 위에 급조한 예시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게임에 이기기 위해 팀으로, 회사로 존재하기 위한 것이지, 서로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나 한 쪽이 편하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회사와 팀원을 계약 및 대립관계로만 본다는 것은 사안을 단기적으로 보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보지 못 하는 것이다.

필자도 현재 회사에서 사측에 속하는 입장에 있다. 즉 HR 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필자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이 중요하다는 점을 계속 상기시키려 한다. 그 목적에 이 글을 작성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마치 필자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 이런 주장을 하는게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팀이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내기 위해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부가적인 것들을 신경쓰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거기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거기엔 목표, 미션, 리더쉽, 얼라인먼트, 일관성, 뚝심, 사업성, 임금 및 보상, 베네핏 등 여러가직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그 와중에 보상 및 베네핏에 있어 함께 일하는 팀원은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며, 이는 한 배의 방향을 지휘하는 회사 입장에서 가능하다면 적극적인 방법으로 팀원과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 양해를 구할 수도 있다. 어려운 시기에 이해를 구하고 더 같이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안 좋은 것은 법적인 근거를 두고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큰 사안이 될 수 있는 이슈를 얼렁 뚱땅 넘어가는 것이다. 그러지 말자.


경제적 사회적 배경에 상관 없이, 누구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장에 필요한 교육, 혁신적인 부트캠프 코드스테이츠 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Johnny Ilmo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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