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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 Koo is HERE

January 17, 2020

FAMILYOLI

출산이란 아내도, 나도 처음 경험해 보는 두렵지만 엄청난 경험이었다. 아내가 고생을 참 많이 했고, 많이 아파했다. 옆에서 내가 더 큰 도움이 되지 못함에 미안함이 컸다. 물 한잔 마시지 못하고, 배고픈채로 열 몇시간이 넘도록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지켜봤다. (물 못마시게 하는 현대 의학의 출산에 대해선 별도로 비난하는 글을 쓰겠다.)

그렇게 올리(태명)가 이 세상에 나왔다. 가까스로 엄마의 배에서 나온 아기의 모습은 너무 약하고 초라했다. 딸인데 할아버지 모습을 닮아서 약간 당황했지만, 이내 아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씻고 나온 아기의 눈빛에서 나는 우주가 보였다.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 부모의 관심 0순위는 바로 ‘아기가 문제 없이 건강한지’ 이다. 우리 역시 그랬다. 너무 작고 나약한 생명. 왜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아기일 때 이렇게까지 무력한 걸까? 쓸데 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안아본 나를 닮은 이 아기를 앉았을 때, 마냥 좋지도, 마냥 두렵지도 않았다. 오히려 뜬금없이 나는 아기의 모습에서 우주가 보였다.

이게 무슨 감정인가. 곰곰히 생각을 해 봤다. 분명 부모로서 책임감도 포함된 것 같고, 사랑하는 마음도 담겨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으론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오히려, 이것은 감정과 별개로, 한 우주가 다른 우주를 만날 때의 그런 느낌.

올리가 세상에 나오고 아기의 눈빛을 봤을 때, 나는 새로운 우주가 시작됨을 느꼈다. 그렇게 이 세상엔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수 많은 우주가 시작되는 것 같다. (너무 인간 중심 사고 방식인 것인가).

나는 성경에 나오는 신을 믿는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독교나 카톨릭은 아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과 일들에 신의 의도라든지, 신께 무엇을 원한다든지 하는 식의 해석 방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신도 그러하리라 추정한다.

내가 신을 믿는 이 관계는, 일종의 친구 관계와도 비슷하다. 우주를 운영하고 책임지는 이 존재와 나는 일종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는다. (신을 절대적인 주인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 이 개념을 싫어하실 거다). 신이 만약 인간을 창조했다면, 그 분 역시 각 인간에게서 우주를 보지 않으셨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신이라는 이야기는 아님을 알 것이다.

아마도 예상컨데, 이 아기도 성장해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싸우고,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편식을 할 수도 있고, 운동을 좋아할 수도 있고, 졸업을 하고, 진로에 고민을 할테고, 일자리를 구할 것이며, 언젠가 자신의 배우자를 또 구하게 될 것이다. 또 늙어서 언젠가 자식들을 만들 것이고, 언젠가 죽음으로 향하는 나와 내 아내를 보고 슬퍼할 것이다. 이 모든게 갑자기 프로젝션으로 영화처럼 머리 속을 스쳐나갔다.

사랑스런 우리의 아기를 보며, 나의 딸,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돈으로 가치환산을 할 수 없는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도 먼 우주의 다른 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나는 오늘 이 세상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가장 가깝게 지내야 할 또 하나의 친구를 얻은 것이다. 세상을 살아오며 내가 사귀었던 친구들도 있고, 또 나와 가장 가까운 내 아내가 친구로 있고, 오늘 이 아기는 또 나의 친구가 되었다.

이제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잘 지내보자 올리야. 아빠로서 미숙하고 엄청난 헛발질들을 하겠지만, 그렇게 나도 배워가고, 너도 성장했으면 좋겠다.


Johnny Ilmo 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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